동화 같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포스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포스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은건 순전히 예고편을 보고나서다. 이 독특한 영상에 푹 빠져버렸다.

아름다운 화면과 왠지 동화같은 인물들이 나오고 세상엔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나중에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대한 좋은 얘기들과 “웨스 앤더슨”감독에 대해 듣기도 했지만, 감독에 대한 배경지식은 전무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새벽에 신림 롯데시네마로 출격.

아아…. 원색적이며 강한 색상들, 대놓고 CG가 아니라 손으로 그린듯한 배경, 영화내내 이어지는 대칭적인 구도(왜이리 대칭구도에 집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적이지 않고 유쾌한 이야기와 캐릭터들, 평면적인 움직임들… “나는 동화책이야”라고 말하는 느낌. 너무너무 맘에 들었다!! 보는 내내 즐겁고 웃겨서 크게 웃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웃질 않아서 혼자서 킥킥대기만 했다.

이야기는 공동묘지에 세워진, 최고의 작가를 기리는 흉상에서 시작을 한다. 시간은 거꾸로 흘러 이 작가가 이야기를 기록하던 과거의 허름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돌아가고, 또 그 이야기가 전개되는 전성기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돌아간다. 진짜 이야기는 이 호텔의 전설적 지배인인 구스타브와 그를 돕는 ‘제로’라는 로비보이에 대한 것이다.
구스타브는 철저하고 완벽한 지배인이다. 그가 바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매우 사교적이고 인간적이라서 수많은 고객들이 그를 좋아하고 그래서 호텔을 찾는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했던(그는 모든 고객들을 사랑한다) 세계적 부호이자 80대 할머니인 마담 D 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마담 D의 아들은 그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누명을 씌운다.  이 후, 누명을 벗기 위한 구스타브와 그를 돕는 충실한 로비보이의 모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너무 유쾌하다. 손가락이 잘리고, 잘린 머리가 나옴에도 말이지. 사람들은 평면적으로 우스꽝스럽게 뛰어다니고 위, 아래에서 불쑥 고개만 내민다. 좌,우, 위,아래 또는 원형으로 대칭적이고 화려한 색상의 화면들은 정적이면서도 회화적이다. 화면에 배치된 사람은 그림을 그리듯 구도를 이루고, 저 멀리 서있는 캐릭터가 줌이 되지 않은채 정적으로 그자리에서 대사를 읇는다. 로비보이 제로는 마치,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이 뛰어다니는거 같다.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캐릭터들도 다 과장된 동화의 캐릭터와 같다. 완벽한 지배인이면서도 인간적인 구스타브는 80대 노인을 진정으로 사랑한다. 그 외의 고객들도 또한 사랑한다. 그는 비현실적으로 인간적인 사람이다. 가장 현실적인 인물은 전쟁으로 모든걸 잃고 로비보이로 들어온 ‘제로’. 그는 아름다운 빵가게 직원과 사랑에 빠진다. 로비보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매직으로 그린 수염을 달고다니는 우스꽝스런 ‘제로’와 아름답지만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아름다운 아가사. 악역 또한, 가죽점퍼에 열손가락에 반지를 끼고있는 전형적인 악당을 오버해서 그려낸 모습.
영화에서 유일한 비극은 전쟁인듯 하다. ‘제로’가 전쟁으로 모든걸 잃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전쟁으로 원래의 모습을 잃는다. 구스타브 마저…

2014.3.28 update 1 : 제로는 Lobby Boy인데!! 벨보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적어놨었다… 수정완료. 그리고 영화에 대해 분석해보려는 강박을 좀 버려야겠다. 억지 해석도 삭제함. 느낀 것 이상은 쓰지 말아야지.